공화당 내 햄프 규제 논란, 셧다운 종료 법안 통과 위협

공화당 내 햄프 규제 논란, 셧다운 종료 법안 통과 위협

최근 미국 연방 의회가 정부 셧다운을 종료하기 위해 논의 중인 지출 법안(appropriations bill)에 마지막 순간 삽입된 대마(헴프) 유도 제품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항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법안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and 그로 인한 셧다운 종료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헴프 산업 중심지 켄터키의 반발

미국 켄터키주는 국내 주요 헴프 생산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른바 “헴프 재탄생(hemp rebirth)”의 토대로 여겨지며, 관련 산업 이해관계자가 “켄터키가 진정한 헴프 재탄생의 현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 산업은 2018년 2018 Farm Bill을 통해 대폭 합법화된 이후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런데 이번 지출 법안에 포함된 조항은 바로 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켄터키 출신 전(前) 주 재무관이자 헴프 산업 옹호자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는 “의회가 수개월 동안 헴프 제품 금지 조항을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농업부문을 포함한 ‘미니버스(minibus)’ 방식 지출안에 이 조항이 은밀히 포함됐다는 것이다.

남다른 관심이 집중된 이유 중 하나는, 이 조항이 기존 헴프 규제 기준을 훨씬 더 엄격히 바꾸려 한다는 점이다. 현재 2018년 농업법에서는 헴프 제품 내 △9 THC(델타9 THC)의 함량이 0.3% 미만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반면 이번 지출안 조항은 “컨테이너당 총 THC 0.4 밀리그램을 넘으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밀러에 따르면 이는 사실상 ‘거의 제로’ 수준이고, “헴프 제품의 약 95%가 이 기준을 넘는다”고 한다.

또한 이 조항은 △8 THC(델타8)나 THCA 등 헴프 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유도물질까지 금지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미미한 수준의 THC를 포함하는 비취향성(비 ‑ ‘취하게 하지 않는’) CBD 제품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상·하원에서의 반발과 투표 변수

상원에서 이 조항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인물 중 하나가 켄터키주의 상원의원 Rand Paul이다. 그는 해당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조항 삭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하원에서도 켄터키 출신의 여러 의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예컨대 하원의원 Thomas Massie는 “금지를 관철하기 위한 전술(tactics)을 몹시 혐오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이 지출 법안은 하원에서 최소 218표(전체 435석 중 과반)을 얻어야 통과될 수 있는데, 공화당 하원의원만으로는 219명이다. 그러나 켄터키 출신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이 조항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과에 위기가 생겼다.

이해관계 뒤엉킨 산업·로비 풍경

흥미롭게도 주류(술) 산업 내부에서도 이 조항을 둘러싼 로비활동이 복잡하다. 일부 주류 유통업체들은 THC 음료 유통을 겸하고 있는 만큼 규제보다는 ‘규제된 틀 안에서의 자유’ 쪽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류 제조업체 연합체 중 하나인 American Distilled Spirits Alliance는 이 조항을 지지하고 있다.

밀러는 “유통업체들은 THC 음료로부터 이윤을 창출하고 싶어 하지만, 일부 술제조업체는 최근 미국 성인의 음주량 감소 원인을 헴프 유도제품에서 찾고 있다”고 전했다.

헴프 산업 진영의 리더들 역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예컨대 헴프 가공업체 Treadwell Farms의 CEO 재미 트레드웰(Jammie Treadwell)은 “만약 전면적 금지가 추진되면 오히려 규제 대상이 아닌 ‘무허가’ 업체가 살아남고, 진정한 리스크를 가진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헴프 유도제품 제조업체인 Iconic Tonics의 CEO 에반 에네만(Evan Eneman)은 이번 조항 삽입 방식을 두고 “예고 없이 포함된 탓에 정책이 불안정하고 불필요하다”고 했다.

“옴니버스(omnibus) 식으로 놀랄 만큼 포함된 정책은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초래하며, 규제되지 않은 위험한 시장을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

헴프 업계는 또한 “지금 법안이 통과되어도 적용 시점이 1년 뒤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더 나은 규제 틀을 마련할 시간은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밀러는 “우리는 이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본다. 이후 1년 동안 ‘강한 규제(thoughtful, science‑based regulation)’로 이 조항을 대체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헴프 기반 식품·음료 제조업체인 Kanha의 CEO 캐머런 클라크(Cameron Clarke)는 “정치인은 대개 소비자 수요를 이끌지 않고 뒤따른다. 결국 소비자가 헴프 제품을 원하기 때문에 정치인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왜 이 조항이 중요한가?

이 조항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헴프 산업은 일부 지역(켄터키 등)에서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한다. 해당 조항은 이러한 지역 산업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

규제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대마 유도 물질(델타8 THC, THCA 등)을 사실상 금지하고, 비취향성 CBD 제품조차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혼란이 크다.

조항 삽입 방식이 ‘늦은 밤’, ‘11 시 전후’ 식으로 의회가 충분한 공개토론 없이 진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산업계의 준비 가능성이 떨어졌다.

주류 유통·제조 등 기존 산업계도 이 문제로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해 로비 및 정치적 다툼이 얽혀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 셧다운 종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산업규제와 예산·셧다운 이슈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국면이 형성됐다.

향후 전망 및 주의사항

이번 법안이 하원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켄터키 출신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이 변수가 될 수 있으며, 이 조항을 둘러싼 수정·협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음 사항을 주목해야 한다.

1년 유예기간: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적용은 1년 뒤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그 기간 동안 업계 및 규제 당국이 새로운 규제 틀을 준비할 여지가 있다.

규제 대안 모색: 전면 금지 대신 ‘과학 기반 규제(science‑based regulation)’를 제안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는 헴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불법·무허가 제품 확산을 막는 데 유리하다.

산업·정치 연계 강화: 헴프 산업은 특정 지역경제(켄터키 등)에서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지역 의원들의 입장 변화, 로비 움직임, 규제 논의 과정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 혼란 가능성: 만약 규제가 갑작스럽고 과도하게 집행된다면, 오히려 기존 합법 업체가 위축되고 규제 회피형 무허가 시장이 커질 우려도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 점을 경계하고 있다.

결국 이번 이슈는 단순한 예산법안 처리를 넘어 산업 규제, 지역경제, 정치적 이해관계, 소비자 수요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안이다. 헴프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기업과 지역 주민, 정치인 모두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향후 이 조항이 어떻게 수정되거나 유지될지, 그리고 헴프 산업이 어떤 규제틀 아래 살아남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