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에 ‘상저하고’는 없다

상저하고’는 한 해의 경기 흐름에서 상반기에는 저조하지만, 하반기에는 회복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러나 단순한 회복을 의미하지 않으며, ‘고조’라는 표현 그대로 큰 반등을 필요로 한다. 이 용어는 경제 및 금융 관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올해 한국 경제 상황을 설명할 때도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이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다. 그는 상반기 동안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자, 하반기에는 경제가 크게 회복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10월쯤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경제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상반기 성장률이 0.9%였는데, 연간 1.3%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최소 1.7%에서 2.0% 성장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추경호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상반기부터 ‘상저하고’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5월 국회에서 상저하고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자, 완전히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는 다소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8월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로 유지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하반기의 회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의 수출 주도 성장 전략

추경호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으로 ‘수출’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은 전통적인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했으며,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더불어 디지털, 콘텐츠, 원전 분야의 수출 확대도 중요한 전략으로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목표로 미국, 중국, 아세안 외에도 중동, 중남미, 유럽연합 등 새로운 전략 시장을 타겟으로 현지 수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약 181조 4천억 원의 무역 및 수출 금융 지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던 방법으로, 새로운 돌파구는 아니란 지적도 있다. 특히 내수 경제는 실질 소득 감소와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해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현재 수출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9월 초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하며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불황형 흑자의 현실

최근 ‘상저하고’보다 ‘불황형 흑자’라는 표현이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7월 경상수지 흑자는 약 35억 8천만 달러로, 세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7월 수입은 전년 대비 22.7%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흑자는 경기 회복보다는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경기 둔화 후 회복의 과정일 뿐이라며, 불황형 흑자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반기 성장이 의미하는 것

하반기에 1.7% 이상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해도 이를 ‘상저하고’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다 해도,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예상한 전망치를 달성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올해 경제 성장의 전체적인 흐름은 저성장의 기조가 이어진다는 결론에 가깝다.

전문가들 역시 ‘상저하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상저하고’를 관료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지적하며,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나아질 순 있지만, 이를 큰 반등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