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준 페를리, 유동성 대응 위해 상설 환매조건부대출(SRF) 활용 촉구
미국 중앙은행을 대표하는 뉴욕 연준의 통화시장 운용 책임자 로베르토 페를리 감독은 최근 “기업들이 유동성 필요가 있을 때는 망설이지 말고 Standing Repo Facility(이하 SRF)을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모가 크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단기자금시장 리포 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고자 이 제도가 적극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SRF 활용에 대한 입장
페를리 책임자는 “SRF는 필요할 때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면 언제든지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당연히 기대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과거 연준이 실시했던 대규모 리포 운영에 여러 기관이 참여한 바 있으며, “만약 경제적 의미가 있다면 두 차례 매일 운영되는 SRF에서 상당한 참여가 이뤄져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배경: 유동성 긴장과 연준의 대응
이번 발언은 최근 연준의 10월 정책회의 직후 나왔다. 해당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발표뿐만 아니라 12월 초부터 연준 자산 축소(밸런스시트 축소)를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제시되었다.
연준은 2022년부터 팬데믹 시기 대규모로 사들였던 채권을 축소해 왔으며, 그 목적은 금융시장 내 과도한 유동성을 정상화해서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보다 확실히 작동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머니마켓금리가 상승하고 연방기금금리가 상단 범위 쪽으로 떠내려가는 징후가 나타났으며, 이는 유동성 긴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가운데 SRF의 활용이 증가한 것은 시장 유동성 여건이 다소 조여졌을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SRF가 하는 역할
SRF는 적격 금융기관이 고품질 담보(미국 국채, 기관채무, 기관 MBS 등)를 제공하고 중앙은행에 이를 팔고 다음날 다시 사는 방식(리포 거래)을 활용해 신속하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즉, 시장 내에서 단기자금 수요가 급등하거나 리포시장 금리가 치솟는 경우, 기관들이 담보를 내놓고 현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자금 긴장’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SRF는 그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백스톱(back‑stop) 역할을 한다.
거꾸로 말하면, SRF는 일상적인 유동성 공급 수단이라기보다는 시장 긴장 시 대비한 비상 또는 보완 수단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어찌 보면 일상적 용도가 아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도구로 설계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페를리의 메시지에서 주목할 점
망설이지 말고 사용하라
페를리는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는 기관들이 시장 금리가 오를 때 SRF 이용을 꺼리는 모습(일종의 낙인 또는 절차적 부담) 대신에 보다 자유롭게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연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규모 있는 참여도 괜찮다
흥미로운 부분은 “규모 있는 참여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언급이다. 즉, 기관들이 많은 자금을 SRF를 통해 빌린다 하더라도 연준은 이를 시장기능 왜곡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유동성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 변화로 읽힌다.
시장 참여자들의 이용 태도
다만 발표문에서 페를리는 “시장 조사에 의하면 일부 딜러들이 돈시장펀드(money market funds)와 협상하는 것을 꺼리거나, 리포 압박이 ‘중간 정도이고 단기간일 것으로 예상될 때’ SRF로 자금을 돌리는 것을 주저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관들이 SRF보다 시장 내부 조달을 선호하거나 관행적으로 리포시장 이용을 유지하려 한다는 의미이다.
향후 이용 확대 가능성
페를리는 이어 “만약 리포 압박이 지속되거나 심화되면 SRF 이용도 더 광범위하고 더 큰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 제도가 유동성 긴장 확대 시 중요한 완충 장치(buffer)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사점 및 한국 독자에게의 의미
한국 금융시장 혹은 아시아 금융시장 참가자 입장에서 보면, 미 달러 유동성 또는 글로벌 자금조달 여건이 변동할 때 미국 단기자금시장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SRF 사용량 증가나 리포시장 금리 상승은 글로벌 금융환경이 ‘조여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연준이 SRF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 유동성이 과거처럼 “무제한적으로 풀려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필요할 때 적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기관투자가나 금융상품 운용사 입장에서는 담보로 활용 가능한 자산(미국 국채·기관채권 등)과 현금 확보 경로가 중요한 준비 요소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연준이 자산 축소 정책(QT: quantitative tightening)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과 맞물려, SRF 이용과 밸런스시트 변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연준이 “자산을 더 이상 줄이지 않고, 금융시스템 성장에 맞춰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페를리가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발언을 통해 연준은 단기자금시장과 리포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으며, 필요시 SRF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일종의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두는 것이 좋다. 다만 SRF 이용이 자주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 긴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이러한 변화가 금융시장 전반에 주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